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번엔 아침에 시를 쓰는 루틴을 소개할 예정 입니다.
누구에게는 진동 알람 소리로, 누구에게는 커피 머신 소리로, 또 어떤 이에게는 아이의 울음소리로.
나에게는, 늘 무의미한 스크롤질로 시작되곤 했다. 손이 스마트폰을 먼저 찾고, 어제 본 뉴스의 연장선 속으로 다시 뛰어든다. 그런 시작은 늘 뭔가 허전했고, 지치는 하루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
그런 어느 날, 새벽에 눈을 떴는데 머릿속에 문장이 하나 맴돌았다.
“어둠 속에도 색이 있다면, 그건 아마 새벽일 거야.”
그 말을 적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습관처럼 열던 SNS 대신 메모장을 켰다. 그 문장을 적고, 단 몇 줄 더 보탰을 뿐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달랐다.
“이거, 매일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침 시 쓰기’ 루틴 실험.
✍️ 매일 아침, 짧은 시 한 편
루틴은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딱 10분,
어떤 형식이든 좋으니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시처럼’ 적는 것.
짧아도 좋고, 말이 안 돼도 좋고, 심지어 운율이 없어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첫 날엔 거창하지 않게 이렇게 시작했다:
《잠결》
눈꺼풀 아래로
밤이 흘러내렸다
아직 하루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시라고 부르기 민망한 짧은 메모 같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정리됐다. 마치 감정의 먼지를 털어낸 느낌.
이후에도 꾸준히 시를 썼다. 매일의 감정은 놀랍도록 달랐다. 어떤 날은 잔잔했고, 어떤 날은 혼란스러웠고, 또 어떤 날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조차도 적었다.
《무감각》
오늘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이 시조차도
억지다
처음엔 나조차도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점점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데 익숙해지는 걸 느꼈다.
아침에 감정을 어루만지고 나면,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할 수 있었다.
☀️ 시를 쓰며 달라진 하루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하루를 살아가는 태도였다.
이전에는 늘 수동적으로 시작했다. ‘해야 하니까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였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엔 하루 전체가 축 처졌다. 하지만 아침에 시를 쓰는 습관이 생긴 후로는, 나도 모르게 하루에 ‘감정의 여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전엔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풍경을 봐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은 창밖의 빗방울을 보며 이런 시가 나왔다.
《출근길》
빗물이 창에 고이는 것처럼
마음도 조용히
모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시선은 더 천천히, 더 섬세하게 변했다.
"이건 시가 될 수 있을까?",
"이 감정은 어떤 색일까?",
"이 풍경엔 어떤 말을 붙여야 할까?"
세상을 ‘기록할 수 있는 무언가’로 보기 시작하자, 하루는 더 이상 똑같지 않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변화는, 감정을 억지로 회피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날도, 그 감정을 시에 적어두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괜찮아, 오늘은 이런 날이었어’라고 인정할 수 있었다.
🌸 글이 하루를 감싸주는 방식
아침에 시를 쓰는 건,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시? 요즘 누가 그런 걸 써?”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말로 하기엔 애매한 감정들이 있다.
문장보다는 이미지에 더 가깝고, 논리보다는 분위기에 더 가닿아 있는, 그런 감정들.
그럴 때, 시는 아주 좋은 그릇이 되어준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담고, 무너질 듯한 하루를 살며시 감싸주는 느낌.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시들이 남아서 미래의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아침에,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맞았는지.
그 기록들이 모이면, 그것도 하나의 자서전이 된다. 감성의, 침묵의, 그리고 성장의 기록.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내일 아침 단 한 줄이라도 써보길 권한다.
“오늘은 왜 이런 기분일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질문을 던지고, 그걸 글로 적어보자.
시를 잘 쓰는 사람일 필요도, 시인이 될 필요도 없다.
당신의 하루를, 당신의 방식으로 조용히 기록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은 이미 멋진 아침을 살고 있다.